
솔직히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저는 한효주 배우님을 보러 극장에 갔습니다. 당시 정말 좋아하던 여배우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단순히 배우의 외모만 보러 간 제가 조금 부끄러워졌습니다. 매일 아침 다른 사람으로 깨어나는 남자와 그를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질문을 던지더군요. 사랑할 때 우리는 정말 무엇을 보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깊게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과연 외면과 내면 둘 중 어느 것을 사랑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게 됩니다. 2015년도에 개봉한 작품으로 cf 감독이던 백종열 감독의 첫 장편 데뷔 영화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의 영상은 매우 아름답고 배우들과 잘 어우러져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주제
뷰티 인사이드의 핵심 설정은 '프로소포그 노시아(안면인식장애)'의 반대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프로소포그 노시아란 타인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신경학적 증상을 의미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한 사람의 얼굴이 매일 바뀌는 상황을 그립니다. 주인공 우진은 18세 생일 이후 잠에서 깨면 완전히 다른 외모로 변합니다. 한국 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주제를 작품에서는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건 영화가 이 판타지 설정을 단순한 소재로만 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우진이 겪는 실존적 고통이 상당히 디테일하게 그려집니다. 매일 다른 옷 사이즈, 수십 켤레의 신발, 끊임없는 신분 증명의 어려움.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과연 무엇으로 '나'인가 라는 질문을 영화는 관객에게 던집니다. 영화에서는 우진이 운영하는 가구 브랜드 '알렉스(ALX)'가 등장하는데, 이는 원작 광고 캠페인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저는 이 디테일이 좋았습니다. 우진이 자신의 정체성을 브랜드로 구축하려는 시도처럼 느껴졌습니다. 독특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지만 영화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입니다. 얼굴이 매일 바뀌는 사람일지라도 결국은 한 여자를 사랑하는 평범한 남자 우진의 사랑이야기를 관객들을 몰입해서 보게 됩니다.
사랑의 본질
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 영화를 보면서 깊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사람의 내면을 사랑하는 것일까 외면을 사랑하는 것일까.
영화를 보면서 가장 불편했던 건 이수(한효주)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장면이었습니다. 매일 바뀌는 연인의 얼굴을 감당하지 못해 조현병 의심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는 모습은, 솔직히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를 넘어선 현실적인 고통이었습니다. 여기서 조현병이란 현실 인식과 사고 과정에 장애가 생기는 정신질환을 의미하는데, 이수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정신적 외상이 된 겁니다. 많은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뷰티 아웃사이드'라고 비판했습니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등장하는 배우들은 전부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뿐이라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박서준, 이진욱, 이동욱 같은 배우들이 차례로 등장할 때 '이게 정말 내면을 보는 사랑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 조금 바뀐 건 마지막 프러포즈 장면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21명의 서로 다른 우진이 차례로 나타나 이수에게 청혼하는 그 장면에서, 저는 이상하게도 그들의 '표정'을 보게 되더군요. 같은 대사를 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떨림, 다른 눈빛. 그게 오히려 한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이수는 우진이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의 내면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현실적인 고통을 겪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건 우진이라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영화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우진과 이수의 사랑을 통해 보여줍니다. 그 과정이 꽤나 감동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기적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상 후기
감상 후기를 적어보자면 저는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첫눈에 반한 건 아니었어요. 어느 날 문득 그 사람이 빛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평범한 외모입니다. 하지만 제 눈엔 어떤 연예인보다 멋있게 보입니다. 이게 내면을 보는 것인지 아니면 제 착각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분명한 건 저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내면과 외면 그 둘 다 어느 순간 별로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뷰티 인사이드는 2015년 개봉 당시 최종 205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손익분기점 200만을 간신히 넘긴 숫자지만, 신인 감독의 데뷔작치고는 준수한 성적이었습니다. 특히 백종열 감독은 CF 감독 출신답게 영상미로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첫 관계 장면의 몽환적인 연출, 이별 장면의 눈 내리는 효과 같은 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우진의 병은 결국 치유되지 않고, 이수는 그 불완전함을 안고 사랑을 선택합니다. 이게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도 애매합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사랑에 빠지면 외면과 내면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그 사람의 무엇을 좋아하는 건지. 외모일까요, 성격일까요, 아니면 그냥 그 사람 전체일까요. 영화 속 이수처럼 저도 언젠가 체코 프라하 강변에서 누군가에게 달려갈 날이 올까요. 확실한 건 사랑은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게 사랑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라는 겁니다.
참고: https://namu.wiki/w/%EB% B7% B0% ED% 8B% B0%2520% EC% 9D% B8% EC%82% AC% EC% 9D% B4% EB%93%9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