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단순히 미국 영화 오션스 일레븐의 모방작이 아니라, 한국식 케이퍼 무비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10명의 도둑이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모이지만,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각자의 계획을 세운다는 설정 자체가 기존 하이스트 영화와 차별화된 지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도둑들은 개봉 전에는 오션스 일레븐의 모방작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개봉 이후 평단가와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고 이후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 -1000만 영화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타짜, 전우치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영화로 다양한 각국의 출연진이 등장하고 액션이 화려해 볼거리가 많은 작품입니다. 아래 글에서 화려한 연출력, 장단점, 총평을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화려한 연출력
영화 도둑들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화려한 출연진이었습니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임달화, 김해숙, 오달수, 김수현까지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제작비만 140억 원이 투입되었고, 김윤석이 6억 원으로 최고 출연료를 받았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저는 특히 전지현의 '예니콜' 역할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동안 시크하고 우아한 이미지만 보여주던 그녀가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는데, 정말 찰떡같이 잘 어울렸습니다. 마카오 카지노 호텔 외벽을 타고 내려가는 액션 신에서도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로 긴장감 속에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습니다. 이정재가 연기한 뽀빠이도 기억에 남는 캐릭터입니다. 뽀빠이는 거짓말도 잘하고 동료도 능숙하게 배신하는 빌런 캐릭터이지만 이정재가 연기해서 그런지 빌런이지만 꽤 인상 깊은 여운을 남기는 캐릭터입니다. 나쁜 행동을 해도 용서가 되고 나름 사연이 있어 보이는 캐릭터라 예니콜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영화 속 등장인물입니다. 이처럼 화려한 출연진 외에도 화려한 연출력 또한 이 작품의 빛나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 작품에서 최동훈 감독의 연출력도 빛이 발했습니다. 감독은 10명이나 되는 캐릭터 각각에게 개성과 서사를 부여하면서도,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모든 인물이 각자의 계획을 숨기고 있어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펼쳐지는데 어느 순간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이 외에도 부산 미술관을 터는 장면에서 시작해 마카오 COD 호텔까지 이어지는 공간 이동도 자연스러웠고, 인물 간 언어 장벽(한국어, 표준 중국어, 광둥어, 영어, 일본어)을 활용한 설정도 디테일했습니다.
장단점
영화 도둑들이 오션스 일레븐과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수의 전문가가 한 팀을 이뤄 카지노를 턴다는 기본 구조가 비슷하긴 합니다. 하지만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도둑들만의 차별점이 분명했다는 겁니다.
가장 큰 차이는 '신뢰의 부재'였습니다. 오션스 시리즈가 팀워크와 동료애를 강조했다면, 도둑들은 처음부터 서로를 의심하는 관계로 시작합니다. 마카오 박(김윤석)은 과거 뽀빠이(이정재)를 뒤통수를 친 전력이 있고, 팹시(김혜수)는 마카오 박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려는 목적으로 합류합니다. 여기서 피카레스크(Picaresque)란 반영웅적 인물들의 모험을 다루는 장르를 뜻하는데, 도둑들이 바로 이 전형을 따릅니다.
영화는 개봉 2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최종적으로 12,984,701명을 기록했습니다. 2012년 기준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에 올랐고, 2023년에도 여전히 역대 10위권 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작비 140억 원 대비 손익분기점이 450만 명이었는데, 그 3배 가까이 관객을 동원한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의 성공 요인은 '부담 없는 오락성'에 있었습니다. 무거운 주제나 복잡한 메시지 없이, 순수하게 재미있게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영화관에서 옆자리 관객들도 계속 웃고 손뼉 치는 걸 보면서, '아, 이게 흥행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이 작품은 한국 흥행영화의 특징 중 하나인 부담 없는 오락성의 매력이 충분이 빛을 발하는 작품입니다. 빛을 발하는 오락성 덕분에 몇 번을 봐도 지겹지 않은 작품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었습니다. 경찰특공대가 웨이홍 일당에게 너무 쉽게 제압당하는 장면이라든지, 갱스터 그립으로 쏜 UZI 서브머신건의 위력이 과장된 부분은 리얼리티의 요소를 떨어뜨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디테일상의 오류가 영화 전체의 재미를 크게 훼손하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영화 도둑들도 장단점이 있는데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총평
영화의 총평을 적어 보겠습니다. 최동훈 감독은 이 작품 이후 '암살', '외계인' 등을 연출했지만, 외계인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저는 감독의 재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뻔한 스토리를 찰진 대사와 탄탄한 연출로 풀어내는 능력은 최동훈 감독의 탁월한 능력입니다. 그의 능력은 무궁무진하기에 앞으로 감독이 만들 앞으로의 작품은 분명 한국영화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일 될 것입니다. 요즘 한국 영화 시장이 코로나 이후 주춤한 상황에서, 도둑들 같은 화려한 볼거리와 출연진을 갖춘 작품이 다시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최근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 중이긴 하지만, 도둑들처럼 다양한 배우들이 앙상블을 이루는 군상극은 여전히 그립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한국 상업영화가 할리우드 장르를 어떻게 소화할 수 있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고 생각합니다. 표절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관객들은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펼치는 이야기에 열광했습니다. 누군가는 한국영화가 이제 힘을 잃었다고 말합니다. 코로나 이후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에 가지 않고 ott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한국영화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핸드폰을 통해 영화를 보는 시대가 도래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영상을 보는 몰입감과 즐거움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2026년에는 영화 도둑들 같은 흥행영화가 많이 개봉되었음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