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도에 영화관에서 대도시의 사랑법을 두 번이나 봤습니다. 첫 번째 관람 때는 그저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볼 때는 울컥해서 눈물을 참아야 했습니다. 제20대가 너무 재미없고 평범했기 때문인지, 재희와 흥수의 자유로운 영혼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이 영화는 박상영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인데, 저는 영화 버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2024년도에 개봉한 이 작품은 이언희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재희 역에는 배우 김고은이 흥수 역에는 배우 노상현이 출연하여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흥행면에서는 조금 아쉽지만 관객들과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던 작품입니다. 아래에서 줄거리, 20대의 성장담, 총평을 다뤄보겠습니다.
줄거리
영화의 줄거리는 2000년대 초반, 불어불문학과 신입생 구재희(김고은)와 장흥수(노상현)가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재희는 첫 등장부터 자유분방하고 눈에 띄는 캐릭터였습니다. 춤추는 것과 흥겹게 노는 것에 치우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재희가 단순히 흥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진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흥수는 남다른 정체성 때문에 과에서 아웃사이더로 지내던 인물입니다. 여기서 '아웃사이더'란 사회적 주류에 속하지 못하고 외부인처럼 지내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어느 날 밤, 흥수가 남자와 키스하는 모습을 재희가 목격하게 되는데, 재희는 "네가 너인 게 어떻게 네 약점이 될 수 있어"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인생의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게 됩니다. 20대의 청춘을 함께하며 추억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쓴소리도 하며 30대의 성장도 함께 나아가게 됩니다.
저는 20대 초반에는 남들 눈치를 많이 봤는데, 재희처럼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사람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남들이 뭐라고 이야기하던 자신의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재희와 흥수가 진정한 청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의 순간들을 남들의 시선에 맞추어 살아간다면 나중에 후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대의 성장담
재희는 표면적으로는 클럽을 자주 가고 연애도 많이 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정신없다, 날라리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재희는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솔직한 사람이었습니다.
재희는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목소리를 냅니다. 대리가 "늦었으니까 데려다주겠다"라고 하자 "대리님이나 집에 일찍 들어가세요. 남자들이 일찍 일찍 다녀야 여자들이 밤에 안전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합니다.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농담조로 "게이 같다"라고 말하면 "게이 같다는 게 뭔데요?"라고 되묻습니다. 이런 장면들이 저에게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재희는 누구보다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입니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며 매 순간 소신을 굽히지 않습니다. 재희의 이런 모습은 그 순간에는 타인과 갈등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먼 훗날 다시 과거를 돌아보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주인공 흥수를 살펴보면 흥수는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해 방황하는 20대를 보냅니다. 남자를 만나면서 놀기도 하지만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러다 결국 흥수는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고 후회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흥수는 점점 자신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고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30대에 접어들어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고 또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이 영화는 20대의 성장담을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그려냅니다. 감독은 재희와 흥수의 성장담을 통해 20 대란 원래 서툴고 어려운 시기라고 그러니 지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말라고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총평
일반적으로 사랑이라고 하면 이성 간의 연애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재희와 흥수의 관계를 보면서 "이것도 사랑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은 연인 사이는 아니지만, 서로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는 존재였습니다.
영화에서 재희는 "사랑은 추상적이고 어려운데 보고 싶다는 건 참 명확해"라고 말합니다. 불이 환하게 켜진 집에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고,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관계. 울먹이는 목소리에 도로를 가로질러 당장 달려갈 수 있는 관계. 저는 이게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기억나는 대사로는 내가 나인채로 충분하다는 걸 알려준 내 20대의 외장하드 잘 가라 재희야 나는 흥수의 대사가 있습니다. 내가 나인채로 충분하다는 걸 알려주는 관계는 인간관계에서 결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관계가 아닙니다. 누굴 만나도 허전하고 꾸민 채로 살아가는 대도시에서 매일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재희와 흥수는 서로에게 가면을 벗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습니다. 이게 바로 대도시의 사랑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한 총평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태도는 재희처럼 "일단 하고 후회하자"는 마음이 최고라는 것이었습니다. 미래는 답이 정해지지 않아 무섭고 두렵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부딪혀보고 싶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 후회 가득한 20대를 돌아보게 되었고, 앞으로는 좀 더 솔직하고 당당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영화가 더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수능이 끝난 수험생분들이 꼭 한 번 영화관에서 봤으면 합니다. 김고은, 노상현 배우의 연기도 정말 훌륭했고, 두 분 덕분에 재희와 흥수라는 캐릭터가 더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저는 바로 교보문고로 가서 박상영 작가의 원작 소설을 샀습니다. 그만큼 여운이 깊었던 영화였습니다.